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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PAPA 어른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 사랑받고 자란 티가 풀풀 난다고. 특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나를 볼 때 마다 그 소리를 했다. 정말 볼~ 때마다. 그래요. 맞지요. 나는 사랑받고 자랐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어젯밤에 본가에 와서는 생활중이다. 고작 하루 반있다 가는 방랑객에게 밥이라도 한끼 제대로 먹이자며 굳이 온 가족이 저녁에 시간을 내어 다같이 식사를 하기로했다. 밥먹으러 나가기 전에 아부지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ㅡ이젠 집으로 안들어 올 거냐구. 계속 이렇게 밖으로 나가 생활하는 게 좋냐구. 원한다면, 정말로 몇시에 들어오던 무얼 하던 밥을 먹었건 안먹었건 터치 하나도 안할테니 집에서 출퇴근 하면 안되겠냐구. 당신은, 정말로 나 어릴 적에 당신이 했던 그 막말들.. 더보기
외로움 *엊그저께 얘기다. 한 주간, 대구에 가서 와글와글 사람들과 지내다가 그냥 갑자기 뚝 여기 혼자, 서울, 이 방에 떨어졌다. 내 모든 지인들이 엄지척 하고 인정할 만큼 외로움을 잘 모르는 나지만, 대구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차가울대로 차가워져있을 내 방바닥과 그 방 공기가 참 겁이 났다. 그리고 터덜터덜 걸어들어와 문을 열었는데 훅ㅡ, 너무 외로웠다. 냉골이 되어 있는 방바닥이 내 정서적인 온도까지 낮출 줄이야.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서 보일러를 켜놓고 마트를 가서 햇반과 계란과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포실한 밥에 버터와 간장을 비비고, 구운 햄과, 계란 후라이를 먹으면 기분이 정말로 나아질 것 같았다. 맥주가 에피타이저, 아이스크림이 디저트인 완벽한 식단을 세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햇반을 데울 물을.. 더보기
에라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금주는 무슨, 다이어트는 무슨. 먹어야 살겠고 마셔야 웃겠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다시, 그러니까 금새 먹고 마시는 요즘, 삶이 횡량하다고 느끼고 있다. 내 옆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또 고맙고 늘 의지하지만) 그 사람들과 나는 별개고, 그러니까 나는 나라는 생각을 한다. 외로울 수록 한 공간에서 같이 웃고 떠들면서 동시에 혼자 동 떨어져 있기를 원하고, 또 그런 나를 스스로가 처연하다 여긴다. 이게 왠 지랄병이야 싶다가도, 이게 다 사람 외로워서 하는 짓이려니 이해가 된다. 며칠전에는 음주운전을 해가매 (미친, 정말 미친짓이지만) 술자리로 돌아와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는 사람을 봤다. 그에게 그런 충동을 가져온건 정말 외로움 때문이었.. 더보기
하나씩 하나씩 안하던 것들을 하게 된다. 의식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게 되고, 불리해지지 않기 위해 미리 잘해두고, 기왕지사 티를 내고 생색을 낸다. 늙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른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까 새벽엔 혼자 거울 앞에 앉아서 앞머리를 잘랐다.자를까 말까 고민중이긴 했지만, 이렇게 충동적일 일은 아니었는데 겁도 없이 싹둑싹둑.덕분에 지금 내 앞머리는 가지런히 비대칭이 되었다. 미용실 가서 다듬으면 짤뚝이 되겠지.근데 기분이 쌀롱하니 좋다. 쌀롱하단 건 그러니까.. 기분 전환이 됐다 정도겠지만, 기특도 하고 뿌듯도 하고 뭐 그런거랄까. 추운 겨울이 오고있다. 벌써부터 내 방 가득한 한기가 코끝을 톡톡 친다. 짧아진 앞머리만큼 이 겨울이.. 더보기
오늘부로 금주령 태...태연하지 않다. 얼마나 심장이 철렁했던지.잠에서 깨기 직전 정말 찰나의 순간에 아 이 공기 되게 낯설다고 느꼈는데, 정말 낯선 공기였다. 아마 베르니케코르사코프신드롬이라 부를 거라고, 친절하게도.그저 술먹고 기억을 잘 안하는 습관이 있는 것 뿐야, 하고 지내왔는데 이러다 큰일나지 싶다.심지어 어제는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취하는 것도 결국은 그저 정서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망했.금주령을 엄포하노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