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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조심하지 않으면 톡, 손가락 하나에 와르르 무너질. 불쑥 찾아오는 빈곤. 마음이 마르는 일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이지만, 매번 꼼짝없이 시간만 센다. 대상 없는 그리움. 얼른 시간이 흘러서 아침해가 밝기를. 가만 안겨 있으면 말없이 토닥여주는 너였던, 너로, 너에게로. 더보기
. 옆 집과 내 집은 합판처럼 얇은 벽 하나로 나누어져 있는데, 서로의 일상이 고스란히 들통이 난다. 그녀의 기타소리나 통화소리가 다 들리듯, 내 트름소리나 방귀소리도 옆 방에 그대로 들리겠지 뭐. 이 집.. 아니 이 방에 이사온 지 5개월이 되어가니 일상적인 것 뿐 아니라 그다지 서로 알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취했을 때의 들뜬 목소리라던가, 자주 듣는 노래라던가, 이쪽저쪽을 오가는 신음소리라던가, 옆에 같이 잠든 낯선 이의 코고는 소리까지도.우리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얼굴 마주칠 일이 없기를. 더보기
. 너가 나에게 얼마나 큰 허기짐을 주는지 상상도 못할거야. 마음이 빈곤해지고 초라해지는 듯한.더 많은 행복을 찾을게. 세상엔 더 아름다운 일들이 많을 거라 믿어.너의 하루가 나로 빛났듯, 나의 하루도 누군가로 무언가로 인해 빛날거야.너는 너의 최선을 다했고,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한 거라 하자. 더보기
. 뚝 떨어졌으면. 그게 뭐든, 어디에서든. 뱉어내야 덜어질텐데, 입 밖으로 잘 안나온다. 머릿속으로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막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막막해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헷갈려온다. 그게 그렇게 되지 않기를 상상하는 건지, 아님 그렇게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지, 그냥 싫은 건지, 혹은 그냥 이렇게 흐르다 보면 괜찮아지는 건지. 이렇게 머릿 속이 소모적일 때는 최대한 식생활과 잠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만들고 룰에 맞춰 생활하는게 제일이다. 고 여기고 있지만 그럼 뭐해, 지금은 벌써 5시이고 잠은 오지 않는걸. . 엿같다, 고 생각했다가 사실 화낼 일은 아니니까 그냥 별로다, 라고 생각했다가 하지만 그건 꽤 스페셜한 일이었고 공허하다, 하기엔 그것에게 내 빈자리를.. 더보기
. 가끔씩 덜 먹은 술이 잠을 깨우는 새벽이 있다. 술이 깨는 듯, 밤이 길어지는 날에는 자주 무언가로 허기를 채우려 한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입이 심심한 것도 아닌데 자꾸 밀어 넣는다. 더부룩한 속과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아직도 한참 남아있는 새벽이 무심하기만 하다. 건강하게, 또 건강하게 산다는 건. 모자르게 술을 먹고도 깊은 잠을 자면서 이 새벽이 주는 빈곤에는 관심없는 생활일지도 모른다. 내 가난함에 대하여 이렇게 뜬 눈으로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면 어쩔 땐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 이 시간에는 그 어떤 건설적인 걸 해보려 해도 손에 힘이 빠진다. 스도쿠도 저리 밀어버리고, 투닥투닥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이곳에 글을 남기는 정도겠다. 백석이 노래하던 가난함은 이런 것이었을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