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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PAPA

 

 

어른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 사랑받고 자란 티가 풀풀 난다고. 특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나를 볼 때 마다 그 소리를 했다. 정말 볼~ 때마다. 그래요. 맞지요. 나는 사랑받고 자랐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어젯밤에 본가에 와서는 생활중이다. 고작 하루 반있다 가는 방랑객에게 밥이라도 한끼 제대로 먹이자며 굳이 온 가족이 저녁에 시간을 내어 다같이 식사를 하기로했다. 밥먹으러 나가기 전에 아부지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ㅡ이젠 집으로 안들어 올 거냐구. 계속 이렇게 밖으로 나가 생활하는 게 좋냐구. 원한다면, 정말로 몇시에 들어오던 무얼 하던 밥을 먹었건 안먹었건 터치 하나도 안할테니 집에서 출퇴근 하면 안되겠냐구. 당신은, 정말로 나 어릴 적에 당신이 했던 그 막말들 때문에 지금 내가 그렇게 집 밖을 헤매이는 거 아닌지 늘 마음이 무겁다고. 그게 이유일까봐 미안하다고.

어라, 아부지, 그런거 아니고 지금 내 생활과 상황에는 나와 사는게 편해서 그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뭔가 위로를 하거나 그런 생각하시지 말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밥 먹는 내내,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같이 떠들던 내내, 그리고 지금 혼자 방에 누워있는 지금까지도 아부지의 그 말들이 가슴팍에 걸려서 삼켜지질 않는다.

 

나한테 왜 그렇게 미안해하시는지. 차라리 당당해하시면 그게 평생봐왔던 당신의 성격이시려니 하고 나도 일정 미워하면서도 덤덤해질텐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얼 할 때마다 그게 당신 때문은 아닌지 당신이 실수한 것 같은 그 순간들이 나에게 남아있는 건 아닌지 가슴조려하는 걸 느끼게 되니까 아부지가 너무 안쓰러워진다.

 

감정만 남아서 악을 가득담아 서로에게 그렇게 비수를 꽂아가며 싸웠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때에 나는 아부지를 정말 미워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부지가 그 기억을 다 지웠으면 좋겠다. 되돌리려는 그 행동과 마음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도록 사랑받았고, 받고 있으니 아부지가 내 앞에서 작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부지 맘에 무거운 돌덩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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