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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빛들(2010~11)

'아우라(AURA)'를 위하여, 연극 <TAXI,TAXI>

'아우라(AURA)'를 위하여, 연극 <TAXI,TAXI>

http://our_colors.blog.me/110103880564

 

공연 제목 : TAXI,TAXI (택시,택시)

관람기간 : 2011.3.4 (금) - 5.1 (일) / 화수목 8시, 금 4시 8시, 토일 3시 7시

관람료 : 일반 40,000원 / 학생 30,000원 (청소년은 관람이 불가합니다)

공연 장소 :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 (KFC지하)

공식 클럽 : http://club.cyworld.com/2011-taxitaxi

AURA.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의 예술이론으로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1934년 논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다.

아우라.

사람에게서 아우라가 난다든지, 작품의 후광이 남다르다든지, 혹은 간지가 난다든지 등등…. 아우라가 과거 본래의 의미보다 저급한 단어가 되었다. 개념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사용했다.

하지만, '아우라' 란 원작에서 혹은 가치기준의 일회성 예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의 고고함과 위엄, 그것이 진짜 아우라의 의미이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는 '모나리자.jpg'가 아닌, 루브르 박물관에서 직접 마주한 모나리자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원작의 존재감이 있다. 복사와 기록의 매체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원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현대 예술·문화에서는 아우라의 의미가 퇴색하고 그 자취가 사라져가고 있다. 대중문화가 발달하면서 '원작'의 개념이 소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된다고 해서 복제 작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가치 기준의 원작 예술이 없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로의 발달과 진보를 통해 예술과 문화가 생활이 여유로운 부자네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 된 것은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의 콧대 높은 고고함이 사라졌다고 해서 아우라의 불필요를 논하고, 점점 부재로 이어져, 가벼움과 상업성이 대중문화의 한 성격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잘못된 일이자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오늘, 'AURA'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창작연극 TAXI,TAXI를 소개하고자 한다.

 

 

 

 

 

(photo- Kim sang soo, 출연배우 - 허린)

빛들 창간호에서도 짧게 언급했듯이, 요즘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들은 웃기거나, 야하거나 둘 다 적당히 섞인 로맨틱 코미디다. 대극장들에 올라가는 공연들은 대다수가 번역극이고, 성행하는 공연들은 스타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흐름이라니까,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니까 '아 그래요, 그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지만, 사실은 정말 속이 쓰리고 마음이 시리도록 아쉽다. 너처럼 생각하다가 굶어 죽지, 라고 말해줘도 소용없다. 누군가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 조금은 다른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3 4일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KFC 지하)에 그 '누군가'가 나타난다. 바로, 시대정신을 담은 창작연극 TAXI,TAXI이다. 88,89년도에 초연되었던 이 연극은, 2011년 다시 새로운 버전으로 각색되어서 나타났다. 사실, 각 시대마다의 현실을 담는 것은 새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 연극은 TAXI라는 집약적인 창을 통해서 이 사회를 조명한다는 기틀 아래, 2011년 지금 일어나고 있지만 관객들은 잘 모르고 있는 이야기이자 진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뜨끔 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조금은 쉬운 얘기로, 보다 더 가볍게, 적당히 타협하면서 공연을 올릴 법도 한데 택시택시는 올곧은 방법으로 올곧은 이야기를 하면서 예술·연극으로서의 위엄과 아우라를 지키고 있다. 현재 공연계 스스로가 초대권을 당연시하면서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 고리를 끊어내기란 보통 용기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서 흐름대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택시,택시 리플릿 뒷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올바른 공연 문화를 위해 연극 TAXI,TAXI는 단 한 장의 초대권도 발행하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극의 가치를 높이고자, 다른 소극장 공연에 비해 높은 정가를 책정하고, 할인율도 적당한 만큼만 제시한다. "그 돈 주고 누가 연극을 봐" 라고 툴툴댈 그네들에게, 연극도 그만큼의 값을 받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선순환의 시작을 끊고자 하는 것이다.

연극은 단순한 오락성 놀이콘텐츠가 아니다. 다분히 깊고 진지한 예술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보다 더 오래전부터 인간 고유의 표현과 소통의 방법이었다. 연극 택시,택시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2011년 지금의 폭력적인 세상에 의해 다치고, 울고, 또 분노한다. 극 속 주인공들과 객석의 우리가 공유하는 시대가 같다. 이 동일감은 그들과 우리가 다름이 없음을 알려준다. , 그들이 다칠 때 우리도 다친 것이고, 그들의 눈물이 우리의 것이며, 그들의 화 또한 우리 속의 것이다.

폭력적인 세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웃음이 많은, 혹은 개그 공연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꼭 짚어주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개그를 통해 웃고 박수치면서 마음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거나 일차원적인 해결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통과 변화를 위해서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진실을 향한 비판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입시를 위한 논술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예술·문화를 통해서 접할 수 있어야 한다. TAXI,TAXI는 바로 그것이 연극의 역할이자 예술의 기능이라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출연배우 - 한송이)

 

  연극 TAXI,TAXI는 여자 택시운전수 유미란이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탤런트이자 모델인 '여자'와 '여자1'은 좋은 연기를 꿈꾸는 진정한 연기자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연기 이외의 것들을 요구하고, 이는 차갑고 몰 윤리적이어서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재벌회사에서 노조를 만들고자 하지만 회사가 고용한 용역회사직원에 의해 저지당하는 '남자 1'도 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항하며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텨내고자 하지만, 그가 겪어야 할 일들은 너무나 많다.

  운전수 유미란의 딸 미루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리게 되고, 또래의 작은 즐거움마저 누려보지 못한 채 죽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다. 딸 미루를 위해 유미란은 재벌기업의 부당함과 맞서 싸우고자 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넘기엔 이 사회의 벽은 높고 두껍다.

 

  착한 사람들 속에 일어나는 마음의 분노는 잔인한 우리 사회를 향한 단순한 화가 아니다. 현실에 저항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인간으로의 희망이다. 극 중에서 누군가는 이 사회의 현실을 수용하며 살고, 누군가는 현실에 대항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 폭력의 주체라고 생각되었던 사람도 어쩌면 더 큰 사회구조 속에서 자신을 갉아내며 살아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사회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과감하게 비판하는 이 연극은 다른 대학로의 공연들과는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AURA.

이것이 느껴진다.

 

  3 4일부터 올라가는 공연이다. 연극적인 요소들이 차고 넘쳐 지루할 틈이 없다. AURA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연극계가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느끼고 싶다면, 꼭 보라. 사회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지금 2011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잘 모르고 또 알고 싶지 않아서 피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건 이 연극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연극 TAXI,TAXI의 감동을 기대하시길.

 

 

(출연배우 - 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