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안하던 것들을 하게 된다. 의식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게 되고, 불리해지지 않기 위해 미리 잘해두고, 기왕지사 티를 내고 생색을 낸다. 늙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른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까 새벽엔 혼자 거울 앞에 앉아서 앞머리를 잘랐다.
자를까 말까 고민중이긴 했지만, 이렇게 충동적일 일은 아니었는데 겁도 없이 싹둑싹둑.
덕분에 지금 내 앞머리는 가지런히 비대칭이 되었다. 미용실 가서 다듬으면 짤뚝이 되겠지.
근데 기분이 쌀롱하니 좋다. 쌀롱하단 건 그러니까.. 기분 전환이 됐다 정도겠지만, 기특도 하고 뿌듯도 하고 뭐 그런거랄까.
추운 겨울이 오고있다. 벌써부터 내 방 가득한 한기가 코끝을 톡톡 친다. 짧아진 앞머리만큼 이 겨울이 짧게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