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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빛들(2010~11)

<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an), 1957)> -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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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an), 1957)>



 


한정된 공간, 단 하나의 사건, 변화 없는 등장인물 수, 그리고 오래된 흑백 법정영화. 사실 요즘 흥행하는 영화의 정석과 비교하자면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모두가 외친다. “-단해!”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국민 참여 재판의 한 방식인 배심원제도를 두고 벌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가진 한 소년의 재판을 두고, 최종결정을 위해 12명의 배심원들은 좁은 공간에 모인다. 소년의 살인 동기는 정황상 확인 가능했고, 알리바이가 부실했으며, 또 슬럼가에 살고 있는 흑인아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배심원들은 유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의심치 않고 있었다.

 

미국의 배심제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12명의 사람들의 의견이 하나로 합치되기 전까지는 좁은 공간에 갇혀, 서로의 생각을 펼치고 굽혀야만 한다. 때문에, 최종결정이 나는 것은 단 5분만의 일일 수도, 몇 일이 걸릴 수도 있다. 선풍기도 고장난 더운 곳에 모인 12명의 사람들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다. 사실 그들은 의심하지 않은 증거를 토대로 금방이고 유죄를 판결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투표를 해보자, 한다. 5분만에 끝날 최종결정을 기대하며.

결과는 Guilty(유죄) 11, Not Guilty(무죄) 1.

 

이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라고 궁금해 하지 않는다. ‘누가 아니, ?’라고 짜증을 낼 뿐이다.

무죄를 주장하는 한 사람은 의견은 단순하다. ‘한 사람의 생명의 달린 일이니 한 번만 더 의심하고 따져보고 결정합시다.‘ 11명의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타박하기도, 얼르기도 하면서 이제껏 재판에서 제시되었던 증거들을 하나하나 나열한다.

놀랍게도, 그 증거가 하나하나 되짚어질수록 1명이 아닌 11명의 사람들 중에서 한두 명씩 무죄를 의심하게 된다. 무죄를 주장하는 그 한 사람의 설득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한 번에 모두가 마음을 싹-하고 바꾸지는 않는다. 설득의 과정이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하나둘, 의심의 여지가 있는 많은 것들이 제시가 되는 가운데 각기 개인이 동요하는 부분들은 서로 다르다. 자신이 공감 가는 부분, 이해가 되는 부분에서 사람들은 개개인별로 설득 당한다. ‘설득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는 공감이 되어야만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인정하지는 않아도 분위기를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공감요소를 가지고 있어도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영화 속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공통의 의견을 모으게 된다. 이 의심들이 확연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어서 무죄인 것이 아니라 유죄임을 확신 할 수 없어서 무죄라고.

의심을 던지는 부분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즐거움도 있고, 12명의 사람들의 심리변화가 배우들의 뛰어난 표정연기로 드러나니 그것을 보는 재미도 있고, 한정된 공간에서 특별한 설정의 개입 없이도 1시간 30분이 흐르는 구성과 연출에 감탄할 맛도 나고, 영화계에서는 시나리오에, 법계에서는 배심제에,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설득커뮤니케이션에, 사회학에서는 인종차별에, 심리학에서는 군중심리에 대해 공부할 거리도 넘쳐난다.

자세한 이야기 설명은 혹여 영화를 보기 전에 방해요소가 될 것 같아 적지 않았다. 정말로 말 그래도 강추! 하는 영화이니, 꼭 한번들 보시길 바란다.